작성일 : 14-06-20 09:59
국민행복과 성숙사회를 지향하는 인본주의 도로정책 (제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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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산업사회의 도로정책방향 모색
 
최근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시민사회의 도래,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 등장과 함께 보다 성숙된 후기산업사회(Post-Modernism)로 진입하고 있다.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와 패러다임 역시 과거 산업사회(Modernism)와는 다르다. 종합성과 객관성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의 수용에 더 큰 비중과 가치를 두며, 분업화와 전문화보다는 복합화와 융합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또한 기술적 합리성과 수직적 구조를 통한 최적해의 도출보다는 수평적인 의사소통에 의한 협치형 의사결정체계로 변하고 있다(황희연, 2012).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도로의 정책목표 또한 국가의 경쟁력도 유지하면서 개인의 행복과 복지도 함께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도로는 공간구조와 교통체계를 구성하는 기본 시설이며 국토의 균형발전과 산업활동, 국민의 일상생활에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책환경과 수요에 맞추어 도로투자의 정책방향도 재정립되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과거 도로정책 추이와 성과, 선진국의 정책 변화과정을 살펴보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도로의 다양한 기능을 재조명하여 새로운 수요와 연계할 수 있는 정책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 우리나라 도로정책의 성과와 한계
 
우리나라의 도로정책 기조를 보면, 과거 1950년대에는 기초생활지원, 1960-80년대에는 경제성장과 지역개발지원에 중점을 두었으나 1990년대 이후부터는 삶의 질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의 패러다임은 과거 ‘국가 경쟁력 제고’에서 ‘국민의 복지와 행복’으로 변화하였고, 도로투자 역시 ‘지역간 연결’ 뿐만 아니라 ‘생활지원형 기본시설’로 그 목적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이러한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하는 정책기조에 발맞춘 투자도 상당히 이루어졌지만, 세계적 기준에서 볼 때 우리 국민의 행복과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구조적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근대화를 거쳐 2007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며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 진입하였으나, 2013년 OECD 행복지수(Better Life Index Country Report)로 측정한 우리 국민의 삶의 질 수준은 36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으며 2012년 UN의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서는 전체 156개국 중 56위를 기록하는 등 경제수준과 큰 격차를 보였다.
 
◈ 선진국의 도로교통정책 추이와 교훈
 
선진국의 도로를 비롯한 SOC 정책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경제적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사람 중심의 사회적 패러다임, 시설 노후화에 따른 안전성 강화 등 인본주적 가치가 중시되고 있다. 미국은 1990년 후반부터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형평성, 환경, 안전을 위한 SOC의 유지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1998년에 교통정책의 가치를 효율성에서 형평성으로 전환하는 ‘교통형평법(TEA-21, Transportation Equity Act for the 21st Century)’을 제정함으로써 교통수단간 균형투자, 이용자의 이동성 강화, 교통안전과 안보, 자연환경 보존에 주력하게 되었다. 일본은 1970년대까지 전국적 도로 네트워크 정비에 치중했으나, 1990년대 이후에는 생활환경 정비, 2000년 이후에는 ‘사회정비중점계획’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동경 대지진 등의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도로와 철도 시설물의 안전과 유지관리도 주요 정책에 포함되었다. 독일의 경우도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기반시설 확충에 중점을 두었으나 1998년 이후 생활 기반시설 개선과 지속 가능성이 주요 투자목적이 되었다.
 
◈ 도로정책, 인문학적 가치의 도입 필요
 
선진국에서는 도로 및 교통정책 수립시 사람 중심의 성숙한 사회 구현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중요시함으로써 정책의 완성도가 높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적 성숙단계에 진입한 최근에야 그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이 행복한 성숙사회’ 조성과 인문학적 토양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민 행복과 복지시대의 도로정책 목표는 시대적 가치와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다양화되어야 한다. 일차원적 고정사고의 틀에서 탈피하여 다원적 가치를 수용하며, 기존의 효율성·경제성과 같은 가치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연계되도록 도로정책이 진화해야 한다. 무조건 더 빠른 도로만을 지향하기 보다는 도로의 보편적이고 사회적인 가치에도 무게를 두며, 자동차보다는 사람이 그 가치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인문적 가치를 도입한 도로정책과 사업이 일부 시행되어 이용자와 지역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음으로써 정책 전환에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예를 들면, 국토교통부의 경관도로(Scenic Road) 사업은 지역간 이동 기능뿐만 아니라 조망, 휴식, 문화 등의 기능을 더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발전시키고자 한 것이다. 지역 특성과 안전성 등을 설계기준으로 수용하여 전망쉼터를 설치하고 녹지를 확충하는 등의 공공디자인 기법을 적용함으로써 운전자에게는 안전과 즐거움을 주고 주민들로 하여금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경춘선 폐철도시설과 부지는 여가 활동을 위한 세계적 명품자전거 길로 탈바꿈하여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광진교를 보행중심 다리로 전환함으로써 자동차와 자전거, 보행자가 공존하는 녹지가로와 전망대를 조성하여 미술강좌와 공연 등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이 강과 교량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시도된 ‘생태교통 수원 2013’은 도로정비 외에 경관, 주거, 환경, 문화 등 5개 분야를 함께 추진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정책모형이기도 하다.
 
◈ 도로의 새로운 잠재가치 발굴과 제도개선
 
물질만능보다는 정신적 풍요가 존중되는 ‘성숙사회(Mature Society)’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도로를 포함한 국토공간에 내재된 가치를 인간의 감성과 연계하여 확대해야 한다. 인문적 가치의 관점에서 도로는 이미 문학과 미술, 음악분야에서도 활용되는 소중한 장소이자 문화자산이다(정진규 외, 2012). 도로의 장소성은 서울 시청광장, 청계광장 같이 도로의 내·외부 공간에 일반 시민과 통행자에게 휴식과 소통, 문화예술 활동을 제공한다(김 테오도르 폴, 2009). 또한, 도로와 주변공간의 독특한 고유성을 부각시켜 도시와 지역의 품격과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순례자의 길로 유명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경관성은 시각적, 심미적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도로 공간의 품격과 도시의 어메니티(Amenity) 향상에도 기여한다.
 
향후 도로정책은 다양한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도로기능에 안전, 행복, 즐거움, 창의성 등 인문학적 가치를 부가하여 도로의 품격과 효용성을 높이고 관련부문과 융복합을 통해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국민이 향유토록 지속적인 관리체계(Supply-Chain Management)를 구축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인본주의적 가치를 발굴하고 삶의 만족도 지표와 같은 평가기준으로 활용토록 종합·체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공공재로서의 도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의 이익에 매몰되지 말고 사회 전체의 공동선(共同善)이 유지되도록 다양한 주체의 참여와 협의구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도로투자평가체계의 개선도 시급한 과제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국가 SOC 사업을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화폐가치로 판단하는 경제적 타당성으로는 국민 삶의 질과 만족도를 반영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1. 김 테오도르 폴, 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 시대의 장, 2009
2. 정진규 외, 국민행복시대의 신 SOC정책방향 정립에 관한 연구, 2012
3. 황희연, 후기산업사회의 도시. 국토정책을 위하여, 국토계획 40년의 평가와 미래 세미나, 20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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