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2-27 13:45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한반도 개발협력방안 (제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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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지난 2013년 10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컨퍼런스에서 유라시아 전체를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으로 만들어가자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이 제안의 내용은 크게 보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유라시아의 에너지 네트워크, 유럽과 아시아의 단일시장 구축이라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근간으로 부산-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과의 철도망 연결하는 복합물류체계 사업과 베링해를 통과하여 북극을 지나는 북극항로(NSR)의 개척 사업을 염두에 둔 내용이며,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에는 에너지 생산국과 소비국의 특성을 살려 역내 전력망, 가스관, 송유관 등 에너지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과 중국의 셰일가스와 동시베리아 석유·천연가스 등과 같은 자원의 공동개발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경제협력을 위한 제도적 노력으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속화하고 중국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최근 역내에서 추진 중인 여러 협정과 연계하여 새로운 형태의 유라시아 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하자는 선도적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북한의 개방과 변화가 필수적이다. 한반도의 분단은 대한민국을 유라시아 대륙에서 고립된 섬과 같은 나라로 만들었고 바다를 통하지 않으면 국제교류가 불가능한 해양국가로 전락시켰다. 또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서 제안하고 있는 대부분의 협력과제는 남북관계의 안정과 북한의 개혁·개방 없이는 풀어나가기 어려운 과제이며, 유라시아 모든 나라와 국민들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평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박 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적극 지지해 줄 경우에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원고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북한의 인프라 구축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필자의 의견이다. 특히 대통령의 제안과 아시안 하이웨이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아시안 하이웨이의 건설이 갖는 중요성과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 아시안 하이웨이
 
아시안 하이웨이(Asian Highway, AH)는 아시아 32개국을 횡단하는 전체 길이 약 14만 킬로미터로 8개의 간선(AH1~AH8)과 그 밖의 지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노선을 합하면 총 55개가 된다. 대한민국-일본,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를 잇는 구간은 해상 구간이어서 카페리로 연결될 계획이며, 대한민국과 일본을 잇는 구간은 해저 터널의 가능성도 논의 중이다. 국제연합의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 ESCAP)에서 1959년부터 아시아 지역의 국가 간 도로교통망 연계를 촉진하여 교역과 관광을 증대시킬 목적으로 추진하였으며, 1992년 ESCAP에서 아시아 횡단철도(Trans-Asian Railway, TAR), 육상 교통의 원활화 등의 추진과 함께 아시아육상교통기반개발계획(Asian Land Transport Infrastructure Development, ALTID)을 통하여 승인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일본에서 동남아시아, 서아시아를 거쳐 불가리아까지 이어지는 AH1과 부산에서 러시아를 거쳐 조지아로 이어지는 AH6의 2개의 간선노선이 연결될 예정이다. 아시안 하이웨이 1호선이 통과하는 나라는 13개국이며, 통과하는 주요 도시로는 일본의 도쿄, 후쿠오카, 한반도의 부산, 서울, 평양, 중국의 베이징, 창사, 광둥, 베트남의 하노이, 호찌민, 캄보디아의 프놈펜, 태국의 방콕, 미얀마의 양곤, 인도의 임팔, 방글라데시의 다카, 인도의 콜카타와 뉴델리,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이란의 테헤란, 터키의 앙카라, 이스탄불, 카피쿨레 등이 있다. 노선의 총 길이는 20,710km이며 종점인 카피쿨레에서 E80을 통해 유럽으로 연결된다.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은 부산을 기점으로, 함흥을 거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중국의 하얼빈을 통과하고 다시 러시아의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옴스크, 첼랴빈스크, 모스크바를 거쳐 종점인 크라스노예에 이르는 총 길이 10,533km의 노선이며 종점에서 E30과 연결된다.

유라시아 대륙과 아시안 하이웨이와의 관계는 과거 유라시아를 왕래하였던 교역로를 살펴봄으로 그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 아시안 하이웨이 1호선(A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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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라시아의 교역로
 
과거 동서양을 연결한 대표적인 통역로는 비단길(Silk Road)이었다. 실크로드는 고대 중국과 서역 각국 간의 무역을 위한 통로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교류를 가능하게 했으며 비단길, 초원길, 바닷길과 같은 교통로를 통칭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실크로드는 중국 중원(中原) 지방에서 시작하여 허시후이랑(河西回廊)을 가로질러 죽음의 타클라마칸 사막(Taklamakan Desert)의 남북 가장자리를 따라 파미르(Pamir) 고원, 중앙아시아 초원, 이란 고원을 지나 지중해 동안과 북안에 이르는 약 6,400㎞의 길이다.

비록 험준한 지형과 사막을 지나는 실크로드가 로마와 중국 장안을 연결하는 가장 짧은 길이었다고 한다면 역사적으로 가장 오랜 동서양의 교역로는 초원길(Steppe Route)이라고 할 수 있다. 비단길은 BC 100년경부터 개통되어 중국 당나라시대에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고 755년에 일어난 안녹산(安祿山)의 난과 티베트군의 진출로 당나라와 서역과의 직접적인 교류가 단절되고, 서역 동부는 위구르인들이 점거하고 서부에는 이슬람 세력이 자리 잡으면서 파미르 근처에서 중단되어 그 가치를 잃었지만, 초원길은 이보다 훨씬 앞선 선사시대부터 이용했던 길로서 유라시아의 최북단을 통과하며 카스피해 북쪽을 경유하여 흑해에 이르는 경로로 우리나라에는 청동기 문화를 처음으로 전한 길이기도 하다. 초원길이 통과하는 몽골고원과 중앙아시아의 넓은 초원지대에는 과거부터 몽골, 거란, 위구르, 돌궐, 흉노, 스키타이 등과 같은 매우 거친 유목부족과 국가들이 번성했고 역사적으로 이 나라들은 항상 중국을 위협하고 때로는 침공하기도 했다. 따라서 중국과 서역의 문물교류에는 제한적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었고, 실크로드와 달리 초원길의 주변에서는 오아시스 도시와 같은 큰 도시나 문명이 발달한 나라를 거의 찾을 수 없다.

한편, 당나라시대부터 실크로드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동서양 교역로의 대체노선으로 바닷길(Sea Route)이라 부르는 해상교역로가 발달했다. 바닷길은 광저우를 시발점으로 말랑카해협을 통과하여 인도양과 페르시아만까지 연결되는 교역로이며 계절풍을 이용한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개척된 길이다. 중국에서는 비단과 도자기, 차(tea)가 수출되었고, 향료와 화초 그리고 유리 세공품이 수입되었기 때문에 이 바닷길을 도자기길 혹은 향료길이라 부른다.

8세기부터는 이슬람 상인들도 이 바닷길을 통해 우리나라 경주까지 왕래할 정도로 교역이 활발했다. 특히 송나라시대 나침반의 발명은 중국 상인들이 바닷길을 이용하여 동남아시아, 인도, 아라비아반도로 활발하게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동남아시아에는 이슬람교를 전파하는 기회를 제공했지만 서양문물의 거센 공습에 위협을 느낀 명나라와 청나라가 이 바닷길을 폐쇄하여 1840년 아편전쟁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가 최근에야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중요한 해양교역로로 다시 활용되고 있다.
 
▶ 실크로드(Silk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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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개발협력방안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유라시아 국민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종교, 문화와 정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유라시아 단일시장의 목표는 헛된 꿈에 지나지 않게 된다. 또한 오랜 기간 왕래가 없었던 북한도 유라시아 대륙의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 유라시아 대륙의 에너지 및 물류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분단과 주변 국가들의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반목과 갈등은 이 모든 것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치적인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한·중·일 동북아 3국은 오랫동안 역사와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갈등을 일으켜 왔다. 최근에는 미국-중국의 무역마찰, 중국-일본의 외교마찰로 역내에 한층 높은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상태가 종식되고 동북아에 평화가 정착된다면 남북간 경제협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북한이 핵과 경제발전을 병진하는 정책에서 탈피하여 내부 효율성 차원에서 경제체제를 개선하고 외부자본을 유치하기 위하여 개방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한다면 남북간 긴장완화는 물론 국제적인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의 동북3성(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지역을 동북아 물류 및 산업 중추기지로 만들고자 하는 중국은 북한의 나진·선봉·청진 등을 개발하여 물류통로로 개척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극동개발에 필요한 복합물류체계를 연계하기 위한 시베리아횡단철도와 북한종단철도, 송유관 및 가스관 등의 연결을 필요로 하고 있어 북·중·러 간의 경제협력은 북한의 개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가 정착되고 한반도의 신뢰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북한을 징검다리 삼아 중국,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까지 한 번에 연결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서 목표로 하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연결되고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가 열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 철도의 종착역이자 출발지가 된다. 철도를 통한 물류체계의 대변혁을 가져오고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이 제안은 한반도의 동부개발축에 중점을 두고 있어 북한의 개발 효과적인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장기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거대한 중국 시장의 개척과 실크로드 주변의 큰 도시와 나라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는 비록 단기적이지만 북한의 경제개발을 돕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국민들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도로의 연결이 가장 효과적이고, 도로의 연결을 우선한다면 한반도의 서부개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신의주는 한반도 전체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관문이다. 한반도종단철도(TKR), 중국횡단철도(TCR)와 이어지고 아시안 하이웨이와 이어지는 접점이다. 특히 아시안 하이웨이 1호선을 통하여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서울-신의주간 도로를 현대화하고 고속화하여 남북 경제협력은 물론 동북아경제협력의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가급적 도로와 철도사업을 병행하되 예산 등의 이유로 지체되는 경우 도로망의 현대화가 먼저 추진될 필요가 있다.

지금 북한의 개발협력에 시급히 필요한 사항들은 재원조달방안, 제도확충방안, 인적역량강화 등이다. 비록 핵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북한의 현실을 볼 때 개발에 필요한 재원조달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북한개발을 전담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조직이 필요하며, 이 조직을 중심으로 남한이 신탁기금 조성을 주도해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안이 될 수 있다. 가칭 북한개발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ADB, WB 등 국제금융기구가 공동참여하는 개발방식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개발협력에 대한 인식이 폐쇄적이고 부정적이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사고의 변화가 중요하다. 국제 규범에 대한 인식은 개성공단의 운영경험으로 많이 향상되리라는 전망이다. 북한의 개발협력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기술자의 양성 등 체계적인 인적역량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당분간 국제연합이나 우리나라 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인력양성 프로그램 등은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남북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지식공유를 통한 호혜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EU의 Erasmus(European Community Action Scheme for the Mobility of University Students) 프로그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에라스무스는 15세기 네델란드의 유명한 인문학자인 에라스무스의 이름을 딴 것으로 1987년부터 시작된 EU의 공식적인 교육문화 평생학습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3개월에서 12개월간의 단기 학생교환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유럽 사람들의 동질성 회복과 향상에 크게 기여했으며 유럽의 4천여 개 대학이 이 프로그램과 연관이 있고 지금까지 약 300만명 이상이 혜택을 보고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유라시아 대륙의 국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북한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인권 개선에 노력하는 한편, 남북한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남북이 협력해야 한다. 과거에 실크로드를 통하여 불교와 기독교가 전파되고, 비단과 도자기가 전달된 것처럼 이제는 역으로 메이드인코리아 상표를 붙인 대한민국의 제품들이 새로 개척한 아시안 하이웨이를 타고 중국과 유럽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프랑스의 기소르망 교수가 언급한 ‘공동체적 가치가 개인적 자유보다 우세했던 아시아를 다시 한 번 하나의 아시아(One Asia)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새로운 아시아의 핵심 세력으로 자리 잡아야 하고, 그들 상호 간에 응어리진 과거를 뛰어넘는 화해가 필요하다’ 란 말이 문득 떠오르는 아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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