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1-22 18:38
통행시간가치에 대한 재정립이 요구되는 시대 (제135회)
조회 : 1,565  
Cap 2019-01-18 18-43-58-393.png

Cap 2019-01-18 18-44-16-347.jpg



통행시간가치의 개념과 중요성 

통행시간가치(value of travel time)는 일반적으로 단위 통행시간만큼을 줄이기 위해 통행자가 기꺼이 지불하고자는 지불의사액을 의미한다. 또한, 흔하지는 않지만 통행시간 손실에 대한 보상으로 통행자가 받고자 하는 금액 수준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금액 산정에 있어서 통행목적, 통행시간대, 통행자 유형 등의 특정한 상황이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행시간가치의 산정은 왜 중요할까? 그 첫 번째 이유는 통행시간가치는 도로와 같은 교통시설 투자사업의 중요한 결정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는 너무나 명백한데, 도로건설은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명히 통행시간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통행시간 절감의 금전적 가치만큼 해당 도로의 편익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통행시간 절감 편익은 교통사업 전체 편익의 6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와 같은 대도시에서 교통혼잡비용 중 통행시간 손실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어서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통행시간가치의 중요성을 대변해 주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통행시간가치가 사람들의 통행행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교통학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교통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목적지에서의 활동을 위한 유발수요이다. 따라서, 통행시간은 일반적으로 그 가치만큼 부의 편익을 창출하여 사람들의 행태에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이유로 통근시간은 직장과 주택의 위치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통행시간가치의 산정

1965년 Becker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통행시간가치는 시간할당 문제로 해석되고 있다. 이 이론에서는 일(work), 레져, 통근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체 시간 중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일에 할당할 수 있을지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이러한 자유로운 시간 할당의 전제는 통근시간 절약으로 노동 투입시간을 늘려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관계를 성립하게 한다. 결국, 통행시간가치는 소득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업무시간당 한계임금을 근거로 업무통행 시간가치가 산정된다. 일반적으로 시간가치는 임금률(wage rate)보다는 다소 작다. 한편, 비업무통행의 시간가치는 시간당 임금수준의 25~50% 수준으로 낮게 책정된다.  


통행시간가치의 이질성 

통행시간가치와 관련된 가장 큰 이슈는 통행시간가치의 이질성(다양성) 문제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개별통행자의 특성과 통행자체의 성격에 의해 그 가치 수준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상 하나의 값으로 나타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에서 이 이질성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소득수준과 시간가치는 분명히 비례한다. 그러나, 영국에서 수행된 연구에 의하면 시간가치의 소득탄력성은 0.9이며, 유럽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액에 대한 통행시간가치의 탄력성은 0.7에서 0.85 수준이라고 한다. 즉, 소득이 증가하거나 국내총생산액이 증가하는 만큼 시간가치가 동일한 비율로 증가하지 않고, 그보다는 낮은 변화율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총생산액에 대한 탄력성은 통행목적에 따라 달라지는데, 통근시간의 경우는 0.7, 업무나 레져통행의 경우는 0.5 수준이라고 한다. 즉, 국내총생산액이 10% 커지면 통근시간의 시간가치는 7% 증가하지만, 업무나 레져통행의 경우는 5% 증가하는데 그칠 뿐이다.  

소득계층별 통행시간가치의 탄력성도 매우 이질적이다. 저소득층 통행자의 시간가치 탄력성은 거의 0에 가까워 소득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시간가치가 변화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고소득층의 경우는 그 탄력성이 1.0보다 커서 소득증가율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시간가치가 증가한다. 이러한 경향은 교통사업의 효과가 소득계층마다 매우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고소득층의 경우는 소득수준 변화에 따라 통행시간 절감 편익이 민감하게 반응함을 암시한다.

혼잡수준도 통행시간가치에 영향을 끼친다. 혼잡상황에서 운전자의 시간가치는 비혼잡상태에 비해 25~55% 더 높아진다고 한다. 혼잡상황에서 시간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은 사고를 줄이기 위한 운전자의 노력이 포함된 결과이며, 일정 부분의 사고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된다. 한 연구는 실제로 혼잡도로 운행 통행시간가치의 1/3이 이러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기인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한편, 미국 샌디에고 운전자를 상대로 측정된 결과에 따르면 교통안전과 연관된 가치는 $0.78/veh-mile로 이 값은 일반적인 사고비용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교통사고비용이 교통안전과 관련된 비용보다는 낮은 이유는 교통사고가 혼잡수준에 비례해서 증가하지도 않으며, 설사 사고가 일어난다고 해도 혼잡으로 인한 차량의 저속운행으로 사고심각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통행거리가 길어지면 시간가치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유럽에서 수행된 연구에 의하면 통행거리에 대한 통행시간가치의 탄력성은 0.14~0.20 수준으로, 가령 통행거리 10% 증가는 1.4~2.0%의 시간가치 증가를 가져온다. 시간대에 따라서도 통행시간가치는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통근통행의 비중이 높은 첨두시간대의 통행시간가치가 높다. 고속철도나 항공기를 이용하는 통행자가 높은 시간가치를 갖는 것처럼 통행수단에 따라서도 통행시간가치는 달라진다. 

통행시간 증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금액 수준 WTA (Willingness to accept)는 통행시간을 줄임으로써 얻는 편익 WTP(Willingness to pay) 수준보다 몇 배는 더 높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간단히 생각하면 WTA와 WTP는 같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비대칭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Tversky and Kahneman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등장하는 손실혐오(혹은 손실회피경향, loss aversion) 현상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변화하는 사회와 통행시간가치

이동시간 동안 업무수행을 가능하게 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보편화는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불명확하지만 이제 기정사실화 된 것 같다. 또한, 통신기술의 발전, 차내 엔터테인먼트의 획기적 개선으로 인해 출근통행, 업무, 여가활동 시간의 구분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통행시간가치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고령 통행자가 상대적 증가하면서 통행자 구성에 있어서도, 그리고 통행목적의 구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로봇산업의 발전으로 고용구조가 변화하고 주 52시간 근무제로 출퇴근 통행의 양상도 바뀔 수 있다. 점점 심해지는 소득양극화, 가족구성원이 없는 1인 가구 증가 등 통행자의 사회경제적 특성 변화도 분명 통행시간가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통행시간가치 산정에 있어서 통행시간 이외에 건강, 환경, 안전 등 다양한 가치가 동시에 고려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우리는 어떤 경우에는 통행시간가치를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고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다양한 교통사업의 타당성을 그릇된 잣대로 측정하여 사회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변화하는 모든 요인을 고려하여 통행시간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 변화를 외면하기에는 적절한 통행시간가치의 산정이 갖는 중요성이 너무 크다. 

도로건설 등 교통투자사업의 효과를 측정하는 통행시간가치의 산정에 있어서 과연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가? 개개인의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살면서 통행시간의 이질성을 우리는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가? 어제의 통행시간 가치가 오늘에도 적용되는가? 인구구조가 달라지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진일보하고 있는 상황을 통행시간가치 산정에 담아내고 있는가? 이러한 무수한 질문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간’이 다른 경제재처럼 양도하거나 저장할 수 있었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고준호 _ jko@hanyang.ac.kr



 
   
 

개인정보처리방침 | 서비스 이용약관 | 서비스 해지 | 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