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23 14:33
도시부 도로의 기능 증대 방안: 차고지 증명제 전면 도입 (제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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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지 증명제는 자동차를 구입하여 등록하거나 변경·이전 등록을 할 경우 반드시 차고를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3년 5월 통계에 의하면 전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거의 2천만 대에 육박하며 연 2.3%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12년 기준 승용차 배기량별 등록대수를 보면 1000cc 이하가 12% 정도이고 1500cc가 19% 수준이며, 2000cc는 52%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2500cc 이상의 승용차도 17% 정도로 경차보다 오히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우리나라 중로급(4차로) 이하의 도로는 자동차가 다니기 위한 기반시설이기에 앞서 그 지역 주민들의 주차장으로 제공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 현 실태

현재 전국의 광역시급 도로는 넘쳐나는 차량으로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으며 중로급 이하의 도로와 주거지 인근 도로 역시 빼곡히 들어선 차들로 주차 지옥이 된지 이미 오래다. 자동차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도 없이 너도나도 편리성만 추구하며 나홀로 자동차를 이용하다 보니 이제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까지 와버린 느낌이다. 어지간한 골목길은 낮에도 소방차와 구급차의 진입이 어려운 실정이고, 특히 야간에는 소방차와 응급차량은 감히 근접할 수도 없게 된 도시 뒷길의 모습들이 일상의 풍경이 되어 버렸다. 인도 변 ‘개구리 주차’는 예사로 볼 수 있으며 심지어 대로와 중로급 도로 바깥차선까지 불법 주차로 꽉 차있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주차무질서시대’가 아니라 ‘주차난장판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례는 낙후된 후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부끄러운 일이다. 명색이 전 세계를 이끌어가는 OECD 회원국이며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나라가 이런 행태를 범하고 있으니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자동차라는 것이 이동하는 데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가장 원성이 높은 골칫거리로 전락해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차고지 확보를 최소화하여 건물을 짓게 하고 차고지 없이도 차량소유를 가능하게 해 준 대가를 되돌려 받고 있는 셈이다.
1991년 가을 어느 일간지에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1가구 2차량 보유 가구에 취득세와 등록세를 중과세하고 차고지 증명제를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발표된 지 22년이 지난 지금, ‘차고지 증명제’ 실시 계획이 아직도 준비가 덜 되었는지 감감무소식이다. 1991년, 1993년, 1997년 세 차례나 시행을 요구했던 정부의 차고지 증명제는 국회에서 번번이 저지당했다.
겉으로 드러낸 명분은 “차량을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저소득층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였지만 실제 속내는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들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또다시 이를 외면하고 방치한다면 국가는 교통경제 마비에 가까운 위협을 감내해야 함은 물론, 수년 동안 GDP가 2만달러 초입에서 횡보(橫步)하고 있는 근본 원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 넘쳐나는 차량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내의 가계부채는 불명예스럽게도 1000조원 정도로 매년 가파르게 치솟아 오르고 있지만 이를 줄일만한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의 세부명세표를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자동차 구입비와 유지관리비 비중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 논리에 휘둘려 대중교통 이용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니 이로 인한 대중교통 적자 등의 보조금(준공영제, 적자보조금, 환승보조금)을 수십억원(시.군급)에서부터 수천억원(광역시급)까지 지자체에서 지급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 모든 부채를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나온 세금으로 고스란히 충당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받는 모순된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칠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자동차가 신분을 상징하는 시대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시민들의 생활필수품이다. 차고지 증명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치고 선진국의 품격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와 지자체

1962년부터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은 도시와 농촌에 이르기까지 차고지 설치가 기본 의무로 되어 있어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또한 소형차량이 많은 것은 검소한 생활을 하는 국민성과도 관계가 있지만 이 제도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대형차를 주차하려면 그만큼 큰 면적이 필요하므로 대부분 작은집에 사는 일본 국민들은 소형차를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제주도만이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근거해 2007년 2월부터 정책적으로 차고지 증명제를 단계별로 시행하고 있다. 제주도라는 한정된 공간에 자동차 보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한 가구당 1.06대 차량 보유라는 전국 1위의 기록을 세우게 되었고, 이에 따라 도심지의 심각한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한 제도이다.


◈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점과 대책

차고지 증명제 시행이 늦어지는 이유가 얼핏 보면 서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것 같지만 대형차 구입비와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경제적 비용을 따진다면 희생이 더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문제점으로 우선 들 수 있는 것이 건물 신축 시 법적인 주차면을 확보하기 위해서 주차타워를 많이 설치하지만 실제 작동은 거의 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인건비와 전기료 등 관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인데 공공기관에서 단속을 나왔을 때 고장이 나서 A/S 불러 놓았다고 말하기 때문에 의심스럽더라도 단속 자체는 어렵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신경을 써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차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저소득층의 경우 이중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에서 공영주차장을 확보하여 저소득층에게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아울러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법안도 충분히 고려하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차고지 증명제의 전면적 시행으로 대중교통을 활성화시키고 나홀로 차량도 줄임으로써 가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차량 구입비나 유지관리비를 최소화해 나가는 것이 국민 개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큰 손실을 막는 최선책일 것이다. 아울러 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일정기간 또는 일정시간 동안 자동차를 빌려 쓰는 ‘카쉐어링’ 제도를 활성화하여 이용하면 편리할 것이다.


◈ 맺음말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일인당 연간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달성했다고 저절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현재 우리에게 수없이 산적해 있는 근원적이고 기초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만 조금씩 위상이 올라간다고 할 수 있다. 수준은 높이고 싶은데 서로간의 이해관계에 얽혀 또다시 방치하고 미룬다면 결국 도루묵이 되고 말 것이다.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하기 보다는 미래에 대해 안목을 가지고 공심(公心)으로 바라본다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차고지 증명제가 늦어짐에 따라 대중교통과 주차장 확보 등에 필요한 국비지원금과 차량혼잡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고 평안해질 때 비로소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고, 진정한 복지국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기없는 정책을 용기있게 펼칠 수 있는 양심적이고 신념있는 리더가 절실히 필요한 현 시점에서 정부와 정치인들이 합심하여 차고지 증명제 전면 도입을 재검토해주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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